내가 퇴사를 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AB에서 일을 배우면서 였던 것 같다.
그곳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너무도,, 창피했다.
A앞에서 조회가 있으니 8:30분까지 가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헐레벌떡 28분까지 그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몇 분 뒤에 한 사람이 왔다. 내가 앞치마는 어떤 걸 매냐고 묻자 선반 구석에 구겨져 뭉처져 있던 것을 꺼내 냄새를 한 번 맡아보고 나에게 건넸다. 나는 못 본 척을 하고 그 찝찝한 앞치마를 맸다.
잠시 뒤에 한 명이 더 왔다. 그 둘은 대화를 하며 어떤 사람이 아직 안 왔다며 전화를 했고, 55분까지 도착한다고 서로 이야기 했다. 그리고 몇 분 더 뒤에 3번째 인물이 나타났다. “조회할게요” 라고 하는 걸 보니 이 사람이 관리자였다. 그때 시간을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곳에 도착한지 15분은 더 뒤 였던 것 같다. 어떠한 특이 사항 없이 역시 다른 배치에서도 그랬듯이 의미없고 내용없는 형식상 조회를 마쳤다.
나는 2번째로 온 인물에게 AB라는, 주행이 끝나고 고객이 내리는 장소에 있는 포장마차같은 곳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배우기 시작했다. 내 임무는 오픈하는 걸 배워서 다음 근무에 혼자 오픈해야 하는 것이다. 조회가 이루어졌던 A라는 곳은 AB와 거리가 꽤 멀리 떨어져있는 주방이 크게 있는 푸드코트 같은 장소였다. 그곳의 위생 상태는 좋지 않았다. 대충 닦여 있는 작업 테이블, 닦여 있지 않은 주방 기계들, 바쁘지도 않은 매장인데 일을 얼마나 게으르게 잔꽤부려 하는지 알 수 있는 한 예시인데 일회용 아이스 컵에 홀더를 끼워서 그것들을 모아 겹쳐 놓아 많이 만들어 두는 것이다. 그 작업을 하면서 손에 무수히 닿을 컵홀더와 그 컵홀더를 다른 컵 내부 면에 접촉시켜 컵 내부를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이며 그 틈 사이로 먼지가 들어갈 것이고, 보관중에 수많은 이물질과 만나는 것은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가장 내가 참담했던 것은, 튀김기 안에 받혀있던 짙은 갈색의 기름이었다. 직원들이 처음 와서 오픈업무를 하기도 전인 시간에 이미 받혀 있던 기름에는 자잘한 튀김 가루들이 떠 있었다. 이 기름은 언제 갈았을까. 이 튀김기는 언제 청소했을까.
내게 오픈 업무를 알려주던 직원의 위생관념은 의심을 저버리지 않았다. 개인위생조차. 튀김기에 냉동 식품을 넣자마자 타이머를 맞추고 초점없는 눈으로 핸드폰을 보는 관리자의 액정에는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 아닌지 알길은 없지만 왠지 아닌것 같다고 느껴지는 건 나의 괜한 참견일까.
A에서 설명을 듣고 AB로 이동해 현장에 갔을 때는 가슴이 답답했고, 내게 일을 알려주던 선임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았다. 바닥도 테이블도 언제 닦고 청소 했는지 감도 안 오는 손님용 테이블이 몇 개 있었고 바로 보이는 구석에는 쓰레받이와 빗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AB 판매대 내부에는 하나도 정리되어있지 않은 비품들이 플라스틱 상자 안에 대략 담겨 있고, 그 위에는 김치통같은 상자 안에 붕어빵 포장지와 소세지를 담아 나가는 종이 박스, 그리고 필기도구와 온갖 잡동사니들이 뒤섞여 담겨 있었다.
AB에 도착했을 때 부터 슬러시 기계에는 3개의 맛별 액체가 담겨 있었다. 기계를 작동하자 그것들이 얼기 시작했다. 선임은 슬러시가 어느정도 선 밑이면 뭘 어떻게 넣으면 되는지 알려줬다. 예전에 템플에서 메론시럽 테스트 할 때 먹어본 적 있었는데, 무척이나 인공향과 맛을 가지고 있어 바로 아웃된 오뚜기 과일맛 시럽을 사용했다. 시럽과 물을 1:2의 비율로 대략 감으로 넣으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곳에서 판매되는 슬러시는 말그대로 인공감미료설탕물인 것이다. 그것도 녹혔다 얼렸다를 반복하며 며칠씩 그 기계 안에 들어있는.
그곳에서는 붕어빵도 만들었는데 그 안에는 완제품 붕어빵믹스가루와 액체쇼트닝, 바닐라향료가 들어갔다. 그 반죽을 틀 안에 넣고 구워 보온 기구 안에 진열해 두었다.
붕어빵 기계를 활짝 열어둔 상태에서 선임은 옆에 있는 슬러시 기계 환풍구 사이에 껴 있는 먼지 청소를 했고 거기서 나온 무수한 먼지들은 주변 공간 곳곳을 날아다녔다. 내 코 속까지.
선임이 오픈을 알려주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곳에 서서 카트에서 내려 실내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수없이 인사를 했다. 그중 특별하게 내가 팔고 있는 음식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음식을 샀으며, 나는 눈치껏 처음 해보는 모든 어색한 일을 이렇게 저렇게 해냈다. 그곳에 서 있는 나는 어쩌면 쿠팡 알바가 이보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이 아닌 음식을 밝은 미소와 함께 정말 소수의 사람에게 팔아내는 일은 처음 하는 일이라 그런지 정말 쉽지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사 먹어도 문제다.
그렇게 두어시간만 근무하고 옮겨 간 카페에서도 크고 작은 것들이 하나하나 다 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방식을 따르며 고작 들어온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나는 점점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일할 때의 표정은 원치않는 일을 억지로 끌려가듯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눈에는 빛을 잃고, 입가는 굳어있고 얼굴은 무겁게 그림자가 드리워진. 나는 두려웠다. 나도 언젠가 이들처럼 되면 어떡하지.
어떻게 하고싶은 일만 하면서 사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싫어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거다. 하기 싫은 운동을 해서 건강한 습관과 몸을 얻기, 하기 싫은 공부를 해서 학습하는 습관과 지혜를 얻기, 하기싫은 집안일을 해서 깨끗한 집 유지하기 뭐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일을 통해서 더 내 능력치를 높이는 도전을 하고, 군더더기를 다듬어가고, 더 많은 것을 볼 줄 알게 되고, 호기심을 잃지 않고, 공부를 놓지 않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성장하고, 배우고, 일을 신나게 하고 싶은데 그 모든 것들이 차단된다면 나는 그 일을 할 수 없다. 처음부터 그럴 수 없지만 그 방향대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에너지가 있다면 어려운 시간을 통과해 나갈 수 있다. 그 아무것도 없다면 버리고 새로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